감정평가사, 은행들 ‘갑질’에도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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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사, 은행들 ‘갑질’에도 ‘속수무책’
  • 오세원
  • 승인 2019.04.2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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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수 의원, “금융당국 철저 조사 통해 불공정 거래 강력 제재해야”

관행적 수수료 ‘떼먹기’…최근 3년간 800억대
무료 탁상자문‘누르기’…정식자문대비 과다요구
만족도 조사로‘옥죄기’…등급조정 업무량 배정

[오마이건설뉴스-오세원기자]연간 40조원의 막대한 이자이익을 챙기는 은행들이 감정평가사들을 상대로 800억원대 수수료를 미지급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관행적으로 일삼아 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이자이익(예대마진)은 40조3000억원에 달하고, 당기순이익은 13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3.4% 늘어났다.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은 28일 은행 등 금융기관이 감정평가사를 통해 담보 등에 대한 감정평가를 하고서도 대출이 실행되지 않으면 실비 지급을 하지 않거나 지급을 지연하며 관행적으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 왔다고 밝혔다.

서형수 의원이 한국감정평가사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그 미지급액은 최근 3년간 총 800억원으로 추산됐다.

담보 등의 감정평가를 위해 감정평가사가 체결하는 계약은 ‘위임계약’으로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감정평가서를 의뢰인에게 송부한 경우 위임사무를 완료한 것이 되어 은행은 수수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은 수수료 협약에서 대출이 실행된 경우에만 지급하도록 정하고, 대출실행 지연 등 사정이 있는 경우 수수료 지급을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감정평가사들은 금융기관이 대출실행 여부를 통보해주지 않는 이상 그 여부를 파악할 수 없어 대출이 실행되지 않은 경우의 실비 지급은 물론, 대출이 실행된 경우에도 수수료를 지급받지 못했다. 금융기관들이 협약사항을 악용해 관행적으로 수수료를 미지급해 온 것이다. 실비, 수수료 등 총 미지급액은 2016년부터 최근 3년간 총805억4600만원에 달한다. 농협중앙회가 163억3100만원으로 가장 많다. 그 뒤를 이어 ▲KB하나은행 106억3700만원 ▲기업은행 99억9100만원 ▲농협은행 77억1700만원 ▲신한은행 74억800만원 ▲국민은행 59억6900만원 순이었다.

미지급 수수료는 2016년 118억5600만원, 2017년 158억9000만원, 2018년 420억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2.6배로 급등했다.

또 이들 금융기관은 감정평가 이전에 무료로 자문을 하는 ‘탁상자문’을 정식 의뢰 대비 과다하게 요구하고 이를 기초로 대출을 진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탁상자문은 사전서비스 성격으로 이뤄지는데, 금융기관은 이를 통해 곧바로 대출을 진행하고 정식으로 감정평가는 의뢰하지 않은 형태다. 이는 감정평가 의뢰를 빙자해 감정평가사에게 불공정한 거래를 요구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부실 대출로 이어져 금융소비자 보호를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서 의원이 한국감정평가사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법인 전산시스템 등록 기준)에 따르면, 2018년 은행 등 금융기관의 탁상자문은 257만건(법인 탁상자문 기준)이고 정식 감정평가 의뢰는 38만건으로 탁상자문 대비 14.7%에 불과했다.

이들 탁상자문 건수는 법인 전산시스템에 등록된 것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개인적으로 의뢰한 탁상자문 등을 합하면 탁상자문 건수는 30~40% 이상 증가한다는 것이 협회 측 설명이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3년 8월 서울 8개 시중은행의 감정평가 업무협약서에서 무보수의 탁상자문을 요구하는 조항을 삭제하도록 한 바 있다. 그런데도 금융기관 등은 탁상자문 조항을 그대로 두고 있거나 협약에 없는 경우에도 탁상자문을 관행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금융기관이 ‘만족도 조사’ 등 감정평가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하고, 이에 따라 등급을 정해 업무량을 배정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 의원은 이들 불공정 행위에 대해 공정위 등에 전달했으며, 공정위는 해당 사항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향후 관련시장에 대한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지 모니터링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 의원은 “감정평가 선정권을 가진 금융기관들이 우월적 지위에서 불공정 행위를 일삼아온 것으로 드러났다”며 “공정위, 금융감독원 등 당국의 철저한 조사 통해 위법행위를 엄단하고 불공정 거래에 대해 강력히 제재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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